해가 많이 길어져서 충분히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있는데도 트램에는 햇빛이 가득 든다. 가끔 마주하게 되는, 커다란 볼륨으로 주변 사람들 마저 몰취향의 음악을 같이 듣게 한다. 더욱이 잔잔한 음악도 아니고 강하고 빠른 비트의 음악이 트램 안에 울린다. 이 시간대에는 사람도 많이 타지 않는다. 사람이 가득 타 있기라도 한다면 하나 들리지 않고 내렸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12월의 여름은 정말 변덕스러웠다. 한증막 이상의 더위와 그 사이 사이를 남극의 추위가 매꾼다. 옷을 다 벗어도 더운 날이 있으면 그 다음 날은 겨울 외투를 꺼내 입어도 추울 정도다. 내 기분과 말과 행동이 이런 날씨처럼 변해가는 기분이 들어 걱정이 많이 되는 편이다. 온건한 이상을 늘 바라보지만 항상 날카롭다. 싫어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걸, 그런 심정으로 지낸지 벌써 반년을 넘었다. 내년엔 달라지겠지, 내년엔 달라지겠지. 매년 내 모습은 같았는데 스스로 느끼기에만 다른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들에 지난 한 해를 다 썼다. 그리고 2013년 첫 한달이 거의 다 흘러갔다.

기차에서, 트램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대화 한마디 하지 않지만 군중 속에서 고독도 느끼고 자극도 받으며 지내고 있다. 부지런히 살지 않을 때에는 이들처럼 부지런해야 하는구나 하고, 부지런히 지낼 때엔 적어도 다른 사람들 만큼은 부지런히 하고 있구나. 어쩌면 자기만족을 위해 대상을 찾고 끊임없이 비교하는 행동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매일 출퇴근을 한다.

다행인건 늘 어려운 마음이 있으면서도 주어진 상황에 감사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인 낙관론, 늘 이상적이라 여겨왔던 그 삶의 방식을 내 삶에서 조금씩 찾게 되었다. 가끔은 그런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자신에 대한 고집이 있고 명확한 틀에 맞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소리 지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래도 이 낙관적인 관념 또한 쉽지 않은 삶이라 위안을 삼는다.

트램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달려간다. 나도 이처럼 흔들리고 있지만 결과적으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라고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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