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생활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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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생활을 정리하게 되었다. 얼마 지낸 것 같지 않은데 날을 세보면 벌써 만 6년이 넘었다. 처음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왔는지 예전 글을 읽어보면 참 멀리까지도 잘도 왔다는 기분이 든다. 도움도 응원도 많이 받았고, 많은 기도 덕분에도 잘 정착하고 지냈다. 다만 내가 받은 만큼 주변에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맘이 든다.

요즘 지내면서 호주 생활에서 얻은 점과 잃은 점을 생각해봤지만 여러 감정이 있어서 명료하게 정리하기 어려웠다. 처음 왔을 때 환율이 1달러에 1200원을 넘고 있었는데 마트에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사먹었던 일도 기억난다. 5시면 동네 대부분 가게를 닫는 것 보고 놀라기도 했다. 네팔 아저씨네 살면서 매일 카레만 먹던 일이라든지, 멜버른의 들쑥날쑥한 날씨에 감기를 달고 살았던 일, 비 펑펑 오는 날에 아내와 끝 없는 그레이트오션로드를 운전했던 일, 가족과 함께 한 멜버른 여행, 저스틴님 댁에서 지내며 함께 한 수많은 바베큐도 생각난다. 동네 공원도 많아서 언제든 산책할 수 있고 어디 가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 멜버른이 많이 그리울거다.

크고 작은 일 많았던 첫 회사, 대학이라 특별했던 두 번째 회사, 열정적인 사람이 많았던 컨퍼런스, 밋업에 가서 에너지도 많이 받았고 Korean Developers Meetup에서 한국어로 부담 없이 기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아는 분들과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고 혼자서 이것저것 만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내 커리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는 기술적으로 어떤 깊이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생각해보면 이상한모임도 호주 오고나서 생긴 일이다. 멀리 있어 참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고 작년부터 제대로 참여하지 못해서 미안한 맘도 크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오고 나서는 이상한모임서 온 분들과도 밤샘 코딩을 하기도 했었고, 이모콘도 참여하고 진행하기도 했었다. 한국서 참여하지 못했지만 대신 멜버른으로 오시는 분들과는 짧게라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던 점에도 감사했다. 생활이 좀 정돈되면 각오를 다시하고 부지런히 하고 싶다. 다들 코알라로 나를 불렀는데 호주 나가도 그 닉네임 계속 가져갈 수 있을까, 다음 코알라님이 얼른 출현했음 좋겠다.

이 글도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또 줄줄 쓰게 되었다. 그동안 코드도 손에 잡히지 않고, 글도 뜸했던 이유가 이런 변화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거 아니었나, 핑계 대본다. 문득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호주에 올거라고 여러가지 물어봤던 분들도 생각나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든다. 리로케이션 하는 과정이 모두 끝난게 아니라서 어디로 가는지는 간 이후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월말에 떠나게 될텐데 그 전까지는 도움받은 분들과 함께 식사도 나누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호주 생활을 정리한 과정도 기록삼아 적는다.

  • 렌트 정리하기
  • 유틸리티 해지하기
  • 인터넷 해지하기
  • 가구/집기 정리하기
  • 각종 주소지 변경하기
  • 짐 보내기

그동안 플랫을 렌트해서 지내고 있었다. 이사 갈 때는 노티스를 보내야 하는데 주마다 샘플 양식이 있다. 간단히 양식을 찾아 내용을 작성하면 된다. 별다른 하자가 없다면 28일을 줘야 한다. 14일만 주면 되는 줄 알고 있다가 뒤늦게 노티스를 줘서 키를 반납한 후에도 돈을 조금 더 내게 되었다. 노티스를 주면 빌려준 곳에서 인스펙션을 한 차례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집주인이 집을 유지보수할 곳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노티스를 주면 Confirmation of vacating 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노티스를 언제 보냈는지, 얼마간 렌트했는지, 디파짓은 얼마인지, 본드(Bond)는 어떻게 지불되는지 등 내용과 함께 여러 조항이 적혀있고 본인 이름과 주소, 연락처와 서명을 해서 제출한다. 키 반납은 약속한 날에 프로퍼티를 관리하는 부동산에 가져다주면 된다. 반납이 늦으면 렌트비가 계속 나간다.

전기와 가스는 Origin energy와 계약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웹사이트에서 간편하게 해지할 수 있었다. 해지 비용으로 $40 정도 나갔고 마지막 인보이스와 함께 지불한다.

인터넷은 Engin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는 웹페이지에서 해지할 수 없어서 상담시간에 맞춰 전화했다. 생각보다 별 문제 없이 해지할 수 있었다. 다만 원하는 날짜 대신에 결제일에 맞춰 해지 가능했다. 그래서 집에 인터넷이 예정보다 조금 일찍 끊길 예정이다.

책은 한국어 도서가 많아서 간단하게 페이지를 하나 만들어 주변 분들에게 공유했다. 직접 가져가야만 하는 책이라서 복잡하지 않게 만들어 올렸다.

가구와 집기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정리했다. 내 경험으로는 검트리보다 훨씬 좋았다. 검트리는 연락 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도 불가능하고 구입하러 온다고 하고는 오지 않는 경우도 꽤 있었다. 반면 마켓플레이스는 페이스북의 프로필이 그대로 공개되기 때문에 구매자를 적당히 스크리닝 할 수 있었다. 또한 페이스북과 연동이 되어 있어서 집 주변에 물건이 올라오면 노티피케이션이 가게 되어 있다. 덕분에 가까운 곳에서 당일날 바로 와서 가져가는 경우도 많았다. 생각보다 빨리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주소지 변경이 필요한 곳은 은행과 메디케어다. 그동안 커먼웰스 뱅크를 주거래로 하고 있었다. 해외 주소로 변경하려면 방문해야 한다. 그래서 동네 지점에 방문했다. 별다른 증명 없이도 해외 주소로 변경할 수 있는데 사진이 있는 ID가 필요하다. 해외 주소는 호주와 입력하는 방식이 달라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우편번호 란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우편번호가 중요하다면 주소란에 같이 입력해달라고 해야 한다. 변경한 후에는 account information letter를 뽑아달라고 해서 변경된 주소가 원하는 방식으로 줄바꿈 되어 표기되는지 확인하는게 좋다. 그리고 모든 statement는 이메일로 전환했다. 해외에서도 우편으로 받을 수 있지만 그 비용은 계좌에서 차감된다.

나는 그다지 우편을 별로 받지 않아서 문제가 없는데 만약 우편을 계속 받아야 한다면 mail forwarding 이나 mailbox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가입하면 주소를 주는데 그쪽으로 바꾸면 모아서 보내주거나 스캔해서 이미지로 받아볼 수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잘 읽어봐야 한다.

메디케어는 국외 주소지 지정이 안되는데 거주자 대상인걸 생각하면 당연하다.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주소가 있다면 그쪽으로 변경하면 된다. 아니면 smarttraveller.gov.au 에 들어가서 여행자로 등록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여행자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호주 정부서 제공하는 페이지인 myGov에 메디케어 계정을 연결했다. MyGov에 서비스를 연결해두면 모든 안내 메시지가 myGov inbox로 전달해줘서 유용하다.

짐을 보내려고 이삿짐 업체를 알아봤는데 크게 해로, 육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며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따져보면 거의 비슷한 가격이긴 한데 유독 저렴한 곳이라면 기본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일 수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 내 경우도 저렴하다고 계산했더니 실제로 보험을 더하면 다른 곳보다 가격이 더 비싸졌다. 조급한 마음에 골라서 결정했던 점이 좀 실수였지 않나 생각한다. 짐이 적다면 fedex, dhl을 이용하는 쪽이 저렴하다. 나는 아이맥도 보내야 했었고 짐을 많이 줄였어도 책 두 박스, 옷과 잡화 세 박스가 나왔다. 직접 포장해서 full cover 보험은 안되고 restricted 보험을 들었는데 배송에 보험까지 해서 650불 가량이 나왔다. 이렇게 가져가도 택배는 내가 간 다음에 도착하게 되어 있는데 너무 빨리 가져가면 스토리지에 보관하는 비용을 추가로 낸다고 한다. 짐을 찾고 나서야 얼마나 썼는지 정확하게 나올 것 같다.


이외에도 환전이라든지 생각해야 할 부분이 좀 있다. 아직 환전은 명확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서 지낼 동안 돈은 바꿔가고 나머지는 transferwise라든지 hifx 같은 곳으로 보낼까 생각중이다.

히트 리프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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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전의 MS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많은 결과물과 다양하면서도 견고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유기적으로 통합된 프로덕트는 커다랗고 정적인 회사라는 내 생각의 틀을 바꿨다. MS의 CEO로 사티아 나델라가 선임된 날을 기억한다. 그 날 이후 달라진 MS를 보면서 단순히 CEO의 차이로 이렇게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것일까 하고 그동안 생각했었다. 사티아 나델라의 책 <히트 리프레시>를 읽으면서 지금의 MS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조직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문화가 결정한다고 하지만 문화의 틀을 빚는 주체는 개인이다.

책은 사티아 나델라의 이야기로 시작해 CEO가 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어떤 기술이 주목받고 그 변화의 중심이 되려면 어떤 비전을 갖고 준비해야 하는지 풀어간다. 사티아의 독특한 이력도 흥미로웠고, CEO가 되기 전에는 클라우드 부문에서 Azure를 만드는 과정, CEO가 된 이후에 체질을 바꾸기 위한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책 전체에서 강조된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조직에 녹이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우리 기술로 우리 정체성에 말을 걸고 우리 사용자에게 유일무이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을 생각해보면 기술의 끝단에 서서 기술을 비지니스에 녹이고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책에서 언급한 변화 앞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나 고민된다.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구를 만드는 일도 즐거운 일이지만 기술적 깊이가 있는 일은 아직 안해봐서 그런지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는 어떤 역할로 어떤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되물어보게 한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스스로 새로고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이 오면 다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마음으로 목표를 재설정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해야하나 생각을 오래 해온 탓에 그저 관성적인 고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말이 울렸다. 새로고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사람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정말 중요하지만 확실한 답이 없는 질문은 사람들을 두렵게 한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늘 두렵다. 본문에서는 이 질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던졌다. 서버 중심의 환경에서 클라우드로 나아가기 위해 두려운 질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책에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로 인공지능, 증강현실 그리고 양자 컴퓨팅을 꼽았다. 이런 기술을 사용한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나오고 있고 삶을 변화하고 있다. 나는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책을 읽은 후에도 여러 번 뒤적이게 된다. 고민이 많은, 지금의 나에게 답을 바로 주는 것은 아니지만 고민을 어떤 방향성과 동력을 갖고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남은 한 해도 여러가지 변화가 있을 예정인데 고민 속에서도 하나씩 잘 해결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