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블로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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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일기를 꾸준히 써야 한다고 주입받은 사람이라면 어딘가에 삶을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긴다. (실제로 기록하고 있지 않더라도.) 난 공부는 못하더라도 선생님 말씀은 엄청나게 잘 듣는 타입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기록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일기도 매번 작심삼일이지만 꾸준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컴퓨터를 배우고서는 컴퓨터에도 일기를 썼었다. 그땐 그 글이 평생 가리라 생각하고 1GB 하드 드라이브,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에 저장했었다. 당연히 그때 쓴 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글이 되었다. 그 하드는 죽어서 2GB로 교체했고 플로피 디스켓은 더는 읽을 수 없었다.

인터넷을 맨 처음 만났을 땐 인터넷에 글을 쓴다면 더 오랫동안 글을 갖고 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리고 이름도 기억 안 나게 망해버린 서비스에 글을 썼다.1 그렇게 글을 날려 가면서도 이곳저곳 글을 많이 작성했다. 서비스를 이용해서 글을 작성하면 기술적인 문제로 날려버리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서비스가 망하지 않는 이상 평생토록 저장할 수 있다. 물론 당시 많은 서비스가 접혀서 여러 번 날렸다.

2000년 홈페이지 방명록 사진
과거에도 관리 안한다고 욕먹었던 나란 사람

여러번 서비스를 옮겨가면서 글을 썼지만, 문제는 나 자신에게도 있었다. 너무 유치하고 어린 이야기만 가득하다고 느껴 지워버린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대부분 서비스는 몇 번 클릭으로 계정을 지우거나 글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되돌릴 방법 없이 쿨하게 모든 데이터를 지워버릴 수 있던 탓에 내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지냈는지 들춰 볼 일기장이 없어지고 말았다.

내 글을 누적하는데 내적/외적 문제가 늘 발생했지만 가장 오랫동안 폭파하지 않고 꾸준하게 사용한 곳은 바로 여기다. 아직도 과거의 글을 보면 오글거리고 유치해서 삭제 버튼에 손이 가는 편이지만, 아이러니하게 글을 올려둔 호스팅과 도메인을 유지하는 데 돈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내 글에 좀 더 애정이 생겼다. 그렇게 이 블로그가 가장 오랫동안 꾸준하게 글 쓰고 관리한 곳이 되었고 매일매일 그 꾸준함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왜 쓰고 왜 공유하나

꾸준하게 쓰는 것이 앞서 말한 강박감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면 무엇을 쓰고 공유할지에 대해서는 호주에 올 준비를 할 때 든 생각 때문이다.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오기 전에 책도 여러 권 읽어보고 후기도 매일같이 찾아서 읽어봤지만, 다들 농장에서, 공장에서, 또는 리조트나 호텔에서 일한 이야기만 있었지 호주 취업시장이 어떻고 어디서 무엇을 알아봐야 하는지에 대한 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글로 검색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느 계절에 어느 지역 농장에서 체리를 따면 주천 불을 벌 수 있다더라, 성과제로 운영되는 농장에는 농사의 신이 존재해서 하루에 삼사백 불을 번다더라, 어느 리조트에 들어가는 건 까다롭지만 일 안 하는 날엔 리조트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더라. 이런 이야기 외에는 찾기 힘들었다.

어디든 “IT로 취업하려고 하는데….”하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현지인도 어려운데 가능하겠냐”는 부정적인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흔하지 않을 뿐 누군가는 그렇게 하고 있겠지 하고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워킹 홀리데이로 와서 어떻게든 도전해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호주로 출국하기 얼마 전에 활동하던 개발 커뮤니티에 이 이야기를 올렸는데 워킹 홀리데이로 시드니에서 웹 프로그래밍으로 일을 시작해 스폰서 비자로 전환했다는 분이 있었다. 몇 줄 안 되는 댓글이었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이 아니란 말에 걱정을 좀 덜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겪고 나니 단순히 호주 이야기 외에도 내가 겪는 모든 일을 글로 남기면 누군가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바다에 편지 띄우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글을 쓰긴 시작했지만, 남에게 도움이 되는 것보다 먼저 나 스스로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어떤 글로 시작할까

요즘 쓰는 글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눠보면 하나는 정리해두고 잊기 위해 작성하고, 다른 하나는 경험이나 지식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다.

정리해두고 잊기 위한 글은 두 세 문단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글로 큰 노력 없이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다.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짧은 글이기 때문에 용건만 간단히 작성하고 나중에 다시 쓸 일이 있을 때 1분 이내로 읽어서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면 된다. 이런 글을 작성할 때는 읽고 나서 더 찾아보고 싶은 경우를 위해서 링크나 키워드를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주한 문제를 내가 표현하는 방식으로 정리해둔 글은 내가 다시 검색할 때 효용이 크다. 내 표현대로 작성했기 때문에 글을 작성하고 잊더라도 검색엔진에서 생각나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소한 글은 색인 카드를 작성하는 느낌으로 쓸 수 있다. 이 과정을 겪게 된 이유, 이후엔 어떻게 되었는지 한 줄 덧붙이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이 된다.

다른 하나는 바둑에서 대국을 끝내고 복기하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과정을 정리하는 글을 작성한다. 경험에 대해 작성한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활자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객관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객관화된 경험은 비슷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하기 좋으며 명료하게 정리한 과정에서 내공으로 쌓이게 된다. 알게 된 지식에 대해 자신만의 표현으로 논리정연하게 정리하면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이런 글을 작성하기 전에는 어떤 내용을 쓸지 짧게 정리한 후에 시작하면 도움된다. 다 작성하고 나서는 퇴고를 꼼꼼하게 한다. 이런 글에 시간을 얼마나 쓰는가는 이 글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에 따라 좌우한다.

이 두 가지 글쓰기는 그 경계가 모호한 편이다. 사람들이 읽고 좋다고 많이 공유하는 글은 복기하는 식의 글이지만, 사소한 글을 평소에 많이 쓰지 않으면 긴 호흡의 글을 작성하기 쉽지 않다. 나도 긴 글을 작성하는 데 늘 어려움이 있어서 사소한 글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점점 호흡이 늘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호흡은 둘째 치고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해지고 싶다면 작게 시작해야 한다.

꾸준함 그 이후는

꾸준함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의도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시간을 더 짧게 잡고 작성한다거나, 더 넓은 외연과 깊은 식견의 글을 작성한다거나, 연재 형식으로 글을 작성한다거나 말이다. 스스로 좋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목표를 찾는 것이 좋은데 물론 그 전에 꾸준함을 먼저 챙기는 것이 좋겠다. 평소에 달리지도 않았던 사람이 내일 당장 마라톤을 뛰겠다고 결정하는 것만큼 황당한 일이다.

꾸준함을 유지하면서 내가 지키려는 원칙도 있는데 그 원칙 중 0순위는 작성한 글을 삭제하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엄청나게 공유된 오픈소스 쓰셨던데 그러고도 개발자입니까?도 내 블로그에서 조회 수에서 큰 지분을 가진 글인데 공유될 때마다 다시 읽어보면 그때 그 분노를 추스르지 못했던 내 상황이 자꾸 생각이 나서 삭제할까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글 중 하나다. 그래도 다 내 경험이고 그때 일했던 시기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통로다. 만약 과거에 이 글을 삭제를 했다면 이때 경험을 영영 상기할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참조가 없으므로 GC로 정리되서 말이다.

잘 쓰기보다 꾸준함이 먼저

멋진 통찰이 가득한 블로그를 보면 이 블로그를 쓰는 사람은 참 대단하다 생각하며 RSS에 구독하고 있고 나도 언젠가 그런 블로그처럼 멋진 글을 올려야지 생각한다. 누구를 닮아야지 하고 롤모델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종 내 부족함에 대해서만 고민하게 되고 그 사람처럼 멋진 글을 못 쓰니까 글을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꾸준함이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나를 중심으로 글을 써야 한다. 내가 공유하고 싶은 글, 내 생각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글을 써야 한다. 그러면 꾸준함의 궤도에 오르기 쉽고 그 이후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항해할 수 있다. 꾸준하게 하지도 않는데 잘하길 먼저 고민하면 그건 너무 욕심이 아닐까 싶다.

아직 나도 많이 부족하고 재미없고 말도 안 되는 글을 올리지만 오랜만에 내 블로그를 둘러보면서 든 생각을 두서 없이 정리해봤다. 자신 있게 블로그를 자랑할 수준은 안 되지만 예년보다 꾸준히 한 편이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이 많았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1. 그 서비스 중에 생각난 이름이 있어서 검색해봤는데, 세상에, 아직도 서비스하고 있었다. 12년 전에 쓴 추리소설이 아직도 존재한다. 세상에. 

10만 히트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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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air.com 블로그 All time views 10만 히트를 달성했다. 사실 10만 히트를 기념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었는데 100,000히트 돌파를 읽고나서 통계를 보다가 알게 되었다. 큰 뜻을 품고 만든 블로그가 아니기에 통계 수치에 연연하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시작한 블로그에 조회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 관한 작은 포스트를 기념 삼아 남긴다.

Jetpack 통계

2011년 5월 첫 포스트를 시작으로 이 블로그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워드프레스 통계를 제공하는 플러그인 jetpack은 2012년 11월에 설치했으니 처음부터 설치한 Google Analytics 와는 5,000여 뷰 정도 차이가 난다. 개설 만 4년을 앞두고 10만 뷰에 도달했다. 한국어 컨텐츠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입이 높은 편이고 대부분 Google 검색을 통해 들어온다. 국내 포털에서의 유입도 있는 편인데 검색 키워드가 제목과 정확하게 맞는 경우에만 검색이 되는 것 같다. 내 블로그 대부분의 컨텐츠가 광범위한 범위를 포용하는 글보다 특정적인 상황에 촛점이 있는 글이 많아서 그런지 사이트 방문 증가율이 선형으로 증가하고 있다.

GA 통계

매년 세우는 목표에 블로그 꾸준하게 포스팅하기가 늘 들어가는데 글을 쓰는 속도가 빠르지 않고 주절주절 쓸 때가 많아 다듬다보면 한 달에 2건 많아야 4건 정도 작성하게 되는 것 같다. 블로그에서 공유하는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겪고 있는데 모두 공유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늘 있다. 그래도 이상한모임 팀블로그를 하게 된 이후, 돌아보는 블로그도 늘었고 그 덕분에 영향을 주고 받아 작성하게 되는 포스트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이상한글쓰기로 같은 주제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함께 하는 힘”을 무시할 수가 없다는걸 이상한모임을 통해 늘 느끼고 있다.

가끔 바이럴을 타서 급격하게 뷰가 늘었던 경험도 있지만 아쉽게도 호스팅에서 트래픽 초과 대응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지 못했다. 그래도 오랫동안 저렴한 비용에 사용할 수 있어 계속 사용하다가 너무 불편해서 최근에 DigitalOcean으로 이전했다.

Jetpack 조회 순위

현재 작성해서 퍼블리싱한 글은 총 166건이다. 예전에 쓴 글을 누가봐도 오글거릴 정도지만 이젠 예전 글을 삭제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비스형 (유사) 블로그를 사용하다보면 작은 사건으로 우발적으로 탈퇴하는 경우가 있는데 몇 번 그런 일을 저지른 탓에 내 역사(물론 흑역사)가 순식간에 없어지고 말았다. 디지털 컨텐츠는 아날로그 시절보다 복제나 관리가 용이하지만 그만큼 쉽게 자료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아쉽다.

이 블로그의 주요 컨텐츠는 내가 경험하는 사소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다. 정말 작은 부분의 설정값을 변경한 글도 작성해두니 많은 분들이 보고 도움을 받았다고 고맙다는 피드백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고맙다는 피드백은 늘 고맙다. 올해에도 더 사소한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많이 기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종종 번역도 했다. 영어/한국어 실력이 그렇게 좋지 않아 매끄럽게 번역하진 못해서 큰 도움이 되진 못해도 구글 번역기보다 자연스럽게 작성할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누가 와서 이것도 번역이라고 작성했냐 얘기해도 사실 할 말이 없긴 하다. 앞으로도 꾸준히 해보고 싶은 영역인데 번역 자체보다 언어적인 능력을 키우는데 더 우선을 둬야겠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첫 글 안녕하세요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삶에서의 배움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블로그를 작성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방문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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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가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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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포털 문화는 퍼가요로 양산된 수많은 복제 문서와 삶을 같이 해왔다. 대표적으로 싸이월드의 스크랩과 네이버 블로그의 스크랩. 원본과 하등 다를 것 없는 컨텐츠를 스크랩이라는 머릿말만 덜렁 붙여 같은 컨텐츠를 게시할 수 있게 만들었다. 네이트는 이런 퍼가요 문화에 편승해 네이트 통이란 펌질 전용 서비스도 제공한 적도 있었다.

퍼가요는 저작권 문제, 작성자의 판단 등에 따라 삭제되거나 변동될 수 있는 정보를 본인의 저장소에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이란 공간에 보관되는 자료들은 상당히 유동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이 자료가 소실될지 아무도 모르고 스크랩과 같은 정보 저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원본 자료의 소실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캐시로서 복제된 자료가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최신의 문서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슈가 될 때 양산된 스크랩 문서들은 이후 원본 문서의 최신화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사실 낡은 문서로 효용이 하락하게 된다. 더 나아가 원본 문서의 오류가 입증되어 문서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어 삭제되었음에도 스크랩으로 생겨난 복제 문서는 그대로 유지되는 최악의 경우도 예상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많이 나타나는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이다. 사실 인터넷 상에 게시되는 모든 글은 손쉽게 무단으로 복제 및 전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작성자에 대한 저작권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각 서비스에서는 뒤늦게 저작권과 관련해 퍼가지 못하도록 기능을 추가했지만 이미 퍼가요 문화에 학습된 사람들은 퍼가지 못하게 한 블로거를 이기적이라 비난하는 경우까지 보게된다. 그런 게시글을 퍼가는 도구까지 양산되는 실정이다. 무분별하게 스크랩된 자료들은 저작권 문제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무분별한 스크랩을 통해 쌓아둔 자료를 다시 보는 경우가 많은가 검색엔진으로 다시 검색하는 경우가 많을까. 스크랩은 스스로 색인을 잘 만들어 검색하기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는 것보다 덜떨어진 자료 덩어리만 만들어낼 뿐이다. 네이버와 구글을 비교해 보았을 때 구글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구글의 좋은 알고리즘도 분명 이유가 있지만 네이버 스스로 만들어 낸 스크랩의 늪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시기는 포털에서 블로그를 서비스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로 보인다. 블로그의 주된 기능 중 하나인 트랙백은 원글과 그에 따라 파생된 게시물을 블로그 서비스 플랫폼을 막론하고 연결할 수 있게 만든다. 원본을 링크하는 것 이상으로 각 블로거 간의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기능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몇 포털에서 서비스하는 블로그는 포털 유입을 위한 정책이었는지, 무분별한 광고를 막기 위한 정책이었는지 몰라도 트랙백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았고 거기에 스크랩이란 기능을 통해 트랙백을 의미없게 만들고 말았다.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블로그 포스트가 발생하고 있지만 트랙백이 걸려있는 게시글보다 스크랩이란 제목이 붙은 글이 훨씬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오로지 포털의 문제로만 생각하기엔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블로고스피어가 태동하던 시기에는 대다수가 스스로 인터넷 공간을 임대해 사용했다. 즉 운영 자체에 비용이 발생하였고 그에 따라 용량에 의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포스트만 게시했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형 포털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사실은 블로거가 작성한 포스트에 대한 검색 독점이 블로그를 무료로 사용하는 대가지만) 블로그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포털 입장에서도 트랙백보다 스크랩으로 포스트를 늘리는 것이 포털이 보유한 자료도 늘리는 결과가 있으니 포털 입장에서는 어디서든 스크랩해서 컨텐츠만 늘려주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오염이 되어버린 블로고스피어를 어떻게 정화해야 할까. 퍼가요 문화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 게다가 포털에서 아주아주 편리한 스크랩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쓰지 맙시다라고 말하면 러다이트 운동 얘기 들을까봐… 내 경우는 아래와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 본인의 블로그에 게시할 때 해당 원문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왜 이 글이 중요한지 어떤 점이 유익한지 등을 간략하게 작성 후 원글에 트랙백을 넣자.
  • 블로그의 스크랩을 사용하는 경우 본인만 볼 수 있도록 권한을 지정해 스크랩하자.
  • 다른 사람과의 공유가 필요한 경우 해당 포털의 카페를 만들어 외부 검색이 되지 않도록 스크랩하자.

인터넷은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란 점을 잊지 말고 클릭 두번으로 만들어내는 스크랩은 사실 공해라는 것을 염두한다면 좀더 깔끔한 블로고스피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