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에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니기 시작해서 2021년 가을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하고 편입을 하게 되었다. 여름 학기를 꽉 채워 들었던 덕분에 학기 하나를 빨리 끝내고 학기 시작 전까지 쉬게 되었다. 편입하게 되는 학교는 쿼터제로 운영되는 곳이라서 생각보다 학업이 비는 기간이 길어진 것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커뮤니티 컬리지와 편입 과정을 거치면서 알게 된 부분을 기록 삼아 남긴다.

첫 학기 시작. 늘 풀냄새 났다.
날 좋으면 멀리까지 보이는 계단에서. 항상 저 밑 주차장 밖에 자리가 없었다.
학교 뒤가 바로 산이라 겨울에 구경도 할 수 있었다.

학생으로 돌아가기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학기마다 수업을 듣고 학점을 쌓아서 전문 학사 학위 associate degree를 받거나 학과에 연계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것으로 졸업하게 된다. 학교에 가게 되면 자신의 목표에 따라서 어드바이저랑 함께 학업 계획서를 짜게 된다. 앞서 말한 목표들은 서로 겹치는 부분도 많지만 미묘하게 안맞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이런 부분도 어드바이저가 모두 설명해준다. 나는 UC 계열 학교로 편입해서 학부 졸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커뮤니티 컬리지에 등록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서 기초 과목부터 다 들어야 했고 편입 대비로 들어야 할 수업도 많았다. 학교 다닐 때야 학점 챙기느라 바빴고 그렇게 다니던 중에 판데믹이 시작됐다. 온라인으로 전환된 수업은 어색하긴 했지만 막히는 퇴근길에 껴있는 일이 없어서 오히려 시간 여유는 더 많았던 것 같다. 편입 기간에는 에세이랑 원서 준비하는 일에 바빴다. 원서를 모두 다 내고 나니까… 싱숭생숭하는 마음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여름학기까지 꽉꽉 넣어 들은 덕분에 편입 결과 기다리는 동안은 조금 여유있게 지낼 수 있었다.

난 캘리포니아에서 다니긴 했지만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지역마다 (school district마다) 학교마다 다른 부분이 많다. 내가 경험한 부분에 대해서만 쓰는 것이라서 정책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지역/학교마다 전혀 다른 정책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대략적으로 참고만 하고 자세한건 학교 어드바이저와 꼭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는 정말 도움 줄 사람이 많다. 편입 센터나 카운슬링 가서 궁금한건 꼭 물어보자.

비용

내 경우에는 비자 및 거주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었고 in-state tuition으로 다닐 수 있었다. 그래서 학비는 정말 저렴한 편이었고 판데믹 동안 특별 지원금과 백신 지원금, 전 학생 대상으로 학교 스토어 지원금이 나오기도 했다. 따로 기록한 것은 아니라서 교보재나 교통, 생활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알 수 없는데 학교 웹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력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Term Charges Units
Tuition - 2019 Fall $ 693.00 14
Tuition - 2020 Spring $ 879.00 18
Tuition - 2020 Summer $ 307.00 6
Tuition - 2020 Fall $ 784.00 16
Tuition - 2021 Spring $ 922.00 19
Tuition - 2021 Summer $ 358.00 7
Tuition - 2021 Fall $ 738.00 15
Parking - 2019 Fall $ 50.00
Parking - 2020 Spring $ 25.00
Campus Store grant - 2020 Spring $ (75.00)
Campus Store grant - 2021 Spring $ (100.00)
Campus Store grant - 2021 Fall $ (500.00)
Higher Education Emergency Relief Fund $ (1,500.00)
Vaccine Incentive Program $ (300.00)
Total $ 2,281.00

IGETC와 assist.org

캘리포니아에서 편입을 염두하고 커뮤니티 컬리지를 간다면 IGETC에 맞춰 학업 계획을 세우게 된다. IGETC는 Intersegmental General Education Transfer Curriculum의 줄임말로 교양 커리큘럼이다. 이 커리큘럼에 맞춰 수업을 들으면 IGETC Certificate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자격으로 편입 학교에 교양 수강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학교/학과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곳으로 편입하게 되는가가 중요하다. 일부만 해도 인정해주는 곳도 있고, 아예 인정 안해주는 곳도 있고, 인정 해주지만 추가로 더 들어야 할 수업이 있는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지원하려는 학과의 요구 과목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각 편입 학교의 어드미션 페이지를 찾아보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캘리포니아 내 대학으로 편입할 때 요구되는 수업이 무엇인지, 자신의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전공 학점으로 인정 되는 수업(articulated)은 어떤 수업인지 등 정보는 assist.org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웹페이지에서 연계된 과목으로 표시되어 있다면 전공이든 교양이든 편입되는 학교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해당 과목을 수강한 것으로 처리된다. 다니게 될 커뮤니티 컬리지를 정할 때 편입하려는 학교 학과에 최대한 연계 과목이 많은 곳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편입하려는 학교와 같은 지역에 있는 커뮤니티 컬리지가 이 연계 과목이 많다고 하는데 정확한 정보는 저 웹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교양과목 선택

IGETC를 채우기 위해서 이런 저런 교양을 듣게 되는데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할지 고민된다면 다른 대학에 articulation이 존재하는 수업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IGETC를 받는 것에는 어느 수업을 들어도 큰 문제가 없겠지만 articulated 된 수업은 후속 강의를 듣는데 편리하다. 만약 연계가 되어있지 않다면 청원을 통해서 수업을 들은 것으로 인정 받아야 하는데 커리큘럼, 과제, 시험 본 것 등을 제출해야 하며 결과도 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특히 추가적인 GE 요구사항이 있는 학교에서는 연계된 과목을 자신의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 수업을 듣는 것이 좋다. 연계된 과목은 교양도 모두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양으로 경제 수업을 듣는다면 assist.org에서 경제학과 요강을 찾아보는 식으로 연계 과목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UC San Diego에서는 학부 졸업 요건 중에 American History and Institutions (AHI)가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수업이 무엇인지 찾아서 이 과목과 연계된 과목이 커뮤니티 컬리지에 있는지 찾아 듣는 것이다. 그러면 IGETC도 채우면서 편입 이후에 졸업 요건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

전문학사 학위

편입한다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순 있지만 하다보면 학위 취득 요건이 채워질 때도 있다. 예를 들면 편입하는 학과에서 요구하는 수학 수업이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가르치는 모든 수학 강의인 경우도 있다. 순차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저런 수업을 섞어서 들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요건 채우게 돼서 학위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컴퓨터과학 편입하려고 준비하다보니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제공하는 모든 물리와 수학 강의를 들었어야 했었다. 그래서 졸업할 때 컴퓨터, 물리학, 수학 전문 학사를 받았다... 어디 가서 쓸 일은 없겠지만 처음 받아봐서 그래도 뭔가 수고한 기분이다!

마지막 학기는 마스크 쓰고 오프라인 수업해서 덥고 피곤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건 결국 나에게 가장 도움 되는 결정은 내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부분이다. 연계 수업을 미리 확인하고 학교를 골랐더라면 편입에 더 도움이 되었을까, IGETC가 필수가 아니었던 곳을 먼저 지원했어야 했을까, 선택의 기로에 서서 했던 결정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그런 지나간 고민들은 편입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나를 많이 흔들었는데 이제 모두 끝났으니까 뭐 어쩌겠어, 앞으로 올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미드 커뮤니티를 모니터 닳도록 봤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얼마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기회였다. 😏 물론 현실은... 그냥 공부하기 바빴다. 그나마 와닿는 것은 오프닝 가사 마지막 소절인데 One by one they all just fade away. 나도 그렇게 fade away 되었다.


학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는 민경 씨에게 늘 미안하고 고맙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실 맺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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